세계

팜플로나, 축제 시작부터 '나체 시위'로 후끈 달아오른 사연은?

기사입력 2025-07-08 09:40
 스페인의 3대 축제 중 하나이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산 페르민' 축제가 지난 6일(현지시간) 팜플로나에서 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특히 도시의 옛 골목을 질주하는 소들을 피해 사람들이 달아나는 아찔한 '엔시에로'(황소 달리기)로 유명한 이 축제는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하며 성대한 막을 올렸다. 팜플로나 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전통의 계승과 동물권 논란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올해 축제의 공식 시작을 알리는 전통 '추피나소'(폭죽 발포)는 예년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시청 발코니에서 울려 퍼진 축포와 함께 "자유로운 팔레스타인 만세"라는 구호가 터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축제 조직위원회가 대량 학살에 맞서는 취지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상징적인 전통을 바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호세바 아시론 팜플로나 시장은 개막 연설에서 "지구촌 다른 곳에서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며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전달, 축제의 시작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했다. 시청광장에만 1만 4천 명 이상, 거리 곳곳에는 2만 5천 명 이상이 모여 새하얀 상하의에 붉은 띠를 두른 전통 복장으로 축제를 만끽했으며, 붉은 수건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장관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팜플로나 시는 축제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약 1천 명의 현지 경찰을 배치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축제 기간 동안 14개 전통 무용단 공연, 투우 경기, 교향악단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다. 특히 팜플로나의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는 산 페르민 축제는 올해 호텔 객실 예약률이 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그 뜨거운 인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은 팜플로나의 역사적인 거리를 거닐며 축제의 활기찬 에너지를 만끽하고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엔시에로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통을 따라 구불구불한 골목 자갈길을 달리는 황소 6마리를 피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며 짜릿함과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 이 아찔한 황소 달리기는 스페인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동물권 운동가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제 동물권 단체 소속 활동가 수십 명은 산 페르민 시작 하루 전인 5일, 팜플로나 시내에서 나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축제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머리에 소뿔 장식을 달고 온몸에 붉은 물감을 칠한 채 죽어가는 소들을 표현하며, 인간의 쾌락을 위해 희생당하는 소들을 기리고 엔시에로와 투우 경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는 축제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동물 학대 논란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전통과 윤리 사이의 복잡한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다.

 

산 페르민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이 축제는 팜플로나 시민들에게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상징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동물 복지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축제의 일부 요소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팜플로나 시와 축제 조직위는 안전 강화와 함께 이러한 논란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을 모색하며,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산 페르민 축제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며, 동시에 전통의 가치와 현대 사회의 윤리적 기준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축제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