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흥주점 아닌 '단란주점'... 지귀연 판사의 '사진 논란' 반전 해명

기사입력 2025-05-23 13:24
 더불어민주당이 '룸살롱 접대 증거'라며 공개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사진에 대해 당사자가 "접대와 무관한 후배들과의 기념사진"이라는 소명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취재에 따르면, 지귀연 부장판사는 민주당이 공개한 자신이 찍힌 사진들에 대해 "당시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헤어지기 전 후배들의 요청에 따라 찍은 기념사진"이라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해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지 부장판사가 남성 2명과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해당 장소의 내부 사진, 외부 홀에서 여성들이 앉아 있는 사진 등 3장을 공개하며 '룸살롱 접대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 부장판사의 소명서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2023년 여름 가끔 교류하던 지방 법조계 후배들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촬영된 것이다. 지 부장판사는 후배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비용을 직접 결제했으며, 귀가하려는 그를 후배들이 "술 한잔하고 가자"며 인근 주점으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주점에서 후배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사진이나 기념으로 찍자"고 권유해 사진을 찍게 됐고, 지 부장판사는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문제의 사진이 찍힌 장소는 '라이브 카페'라고 불리는 주점으로, 식품위생법상 1종 유흥주점인 룸살롱이 아닌 2종 단란주점이었다. 이곳은 단체석이 있는 방 3개와 공개된 홀에 테이블 4~5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피아노, 기타, 스크린 등이 갖춰져 있었다. 지 부장판사는 식사 비용만 결제하고 술자리 시작 전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술값은 누가 얼마를 결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촬영 시점(작년 8월)과 지 부장판사가 해명한 시점(2023년 여름) 사이에는 약 1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올해 1월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배당받은 시점으로부터는 약 1년 반 전의 일이다. 지 부장판사가 직접 식사를 결제하고 술자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민주당의 접대 의혹 주장과 배치된다. 지 부장판사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식사비 카드 결제 내역과 소명서 등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가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고 인기가 많다"며 "자주 만날 수 없는 선배여서 기념 삼아 찍자고 했고 지 부장판사도 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리감사관실에서 사진에 등장하는 법조계 후배 등을 불러 조사하면 지 부장판사의 주장이 소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최근 지 부장판사가 방문했던 주점을 찾아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지 부장판사와 사진을 찍은 동석자가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당일 비용은 누가 얼마나 결제했는지가 비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지 부장판사가 만난 법조계 후배가 자신이 맡는 재판 사건의 담당 변호사라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직무 관련자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반면 오랜 교류가 있었던 사이로 일상적 친목 도모를 위한 자리였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 등을 받는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직무와 무관한 사람에게 받은 접대가 불법인지 판단할 때는 발생한 총비용을 참석자 숫자로 나눈 뒤 개별적으로 100만원 초과 여부를 따지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