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주당 폭로에 법조계 발칵 뒤집혀.."공수처 수사 돌입"

기사입력 2025-05-20 15:12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이른바 ‘유흥업소 접대 의혹’이 정국의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는 가운데, 대법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란히 사실 확인 및 수사에 착수하며 사건의 무게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내란 혐의 등 굵직한 사건을 맡은 현직 재판장이 피감 대상이 된 만큼, 법조계는 사안의 경과와 향후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장 직속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에 제기된 유흥업소 접대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와 자료 검토 등 기초 사실 확인에 들어간 상태다. 감사관실은 지난 며칠 사이 지 판사가 출입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해당 주점을 직접 방문해, 업소의 영업 형태와 현장 환경 등을 확인했다. 또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에 포함된 시간과 장소, 동석자, 결제 방식 등을 포함한 핵심 정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안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윤리감사1심의담당실은 조만간 지 부장판사 본인의 진술을 청취하거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앞서 윤리감사관실은 16일 “언론보도 및 국회 제출 자료 등을 기반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법관 비위 여부에 초점을 맞춘 본격 조사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 판사에 대한 의혹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후 민주당은 19일 지 판사가 고급 룸살롱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지인들과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사진에는 접대 여성이나 명백한 접대 상황이 담기지 않아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비용 출처나 직무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업소는 유흥주점이 아닌 단란주점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지 판사는 같은 날 열린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그런 곳에 간 적도, 접대를 받은 적도 없다”며 “요즘은 삼겹살에 소맥도 누가 사주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정치적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공수처도 이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하며 파문은 계속 확산 중이다. 이날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이 지 판사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같은 부서는 지난 3월 지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지 판사는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주요 고위공직자 사건을 다수 맡고 있어, 이번 의혹이 단순한 개인 신상의 문제가 아닌 재판 공정성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사진을 공개한 시점과 방식, 타이밍 등을 고려할 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법원 징계 절차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징계는 정직·감봉·견책으로 나뉘며, 대법원장 또는 법원장이 청구하고 법관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위원회에는 대법관 외에도 외부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접대 여부 및 비용 출처, 직무 관련성 등이 핵심 심사 기준이 된다. 특히 대법원 판례는 1회 접대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직무 관련성이 명백할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법관 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서, 사법 신뢰와 정치권의 재판 개입 논란이라는 중층적 성격을 띠고 있어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과 공수처 양측 모두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예고한 가운데, 지 판사 본인과 사법부 전체의 명예를 둘러싼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