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편 회사가 '육아 블랙홀'이면 아이 안 낳는다... 경력 여성들의 충격적 선택

기사입력 2025-05-20 11:05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의뢰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부부 모두 경력 단절 없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길 원하는 경우 여성들이 출산을 유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는 2024년 혼인신고를 한 30명(남성 12명, 여성 18명)을 대상으로 '혼인 출산에 대해 갖는 인식'을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부부 모두 단절 없는 경력 발전을 추구하는 '경력추구형'(13명)이었다. 이들은 여성이 단순히 남편 소득을 보충하는 차원이 아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열망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직업을 가진 경우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경력추구형 부부 중 출산의향이나 계획을 가진 응답자는 7명(남성 6명, 여성 1명)인 반면, 출산을 유보한다고 답한 이들은 6명(남성 1명, 여성 5명)으로 성별 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이 자신의 경력 발전과 직업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 출산에 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번째로 많았던 유형은 '신전통적 모델'(11명)로, 남성이 평생 직업을 갖고 생계를 부양하면서 육아에도 참여하고, 여성은 자녀 양육 기간에만 경력을 단절한 후 재취업하는 형태였다. 이 유형에 속한 부부들은 모두 이미 출산했거나 출산 계획을 갖고 있었다. 남성이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여성이 전업주부로 자녀를 양육하는 '전통적 모델'(2명) 역시 출산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출산을 위해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자유주의형' 여성(2명)은 모두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전통적 가족 규범에서 벗어난 '탈근대형'(2명)은 아이를 적극적으로 갖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특히 2020년 이후에는 매년 약 2.4%씩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남성의 고용률이 소폭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비혼 출산에 대한 동의율은 20대와 30대 모두 40% 초반대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과거 출산 의향이 높았던 가족 모델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며 "'1호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출산의향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주거 지원 같은 경제적 지원은 혼인신고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만 있을 뿐, 가족제도 진입 의사가 없던 청년들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다"면서 "비용-편익을 합리적으로 고려하는 청년세대에게는 자녀출산과 양육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